|
편 안한 분위기와 아기자기한 오브제들이 가득한 홍대의 어느 구석진 골목에 자리잡고 있는 룸앤카페. 이 곳의 여름메뉴인 딸기빙수. 꼬마딸기빙수로 부르고 싶을만큼 예쁘장하게 그릇이 아닌 컵에 담겨져 나온다. 제일 밑바닥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깔고 그 위에 푸수숭 갈아낸 얼음. 그리고 그 위에 오밀조밀 딸기와 시럽, 빙수떡을 올린뒤 초록색 허브 잎으로 마무리.
|
한 스푼 떠서 입에 털어넣으면 무척 달겠지 하는 기대감을 순간 날려 버린다. 상큼 새콤한 맛이 더 강한 달콤함을 맛 보게 된다. 오히려 이 새콤함이 늦 더위에 처진 몸에 한 움큼의 생기를 불어 넣는 듯한 느낌이다. 양으로 가치를 판단하는 빙수 매니아는 저주의 대상이 될 듯 하지만 빙수만이 아닌 이 곳의 아기자기함을 함께 한다 생각하고 접하면 그나마 위안이 될듯.
인사동의 랜드마크인 쌈지길 4층에 얼마전 갈피라는 북카페가 생겼다. 주말만 되면 복작거리는 쌈지길에선 여유나 한적함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런 쌈지길에서 잠깐의 쉼을 확보 할 수 있는 갈피에선 이 찌는듯한 여름을 잠깐 잊을 수 있는 콩빙수가 준비 돼 있다. 콩빙수라 해서 처음엔 팥대신 콩이 들어간 빙수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고 콩이 추가적으로 들어간 빙수다.
덥수루룩한 얼음 산 위에 아몬드와 미숫가루 연유와 우유가 뿌려져 나오는데 콩이 어디 있는거야 하면서 한삽 퍼다 보면 여기저기 박혀 있는 큼지막한 콩들을 발견한게 된다.
|
창 밖을 내려다 보면 나가면 "덥겠다"가 아니라 "불타겠다"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드는 요즘.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계천을 가보면 많은 인파들을 볼 수 있다. 더위에도 불구하고 잘만 날 뛰는 우리의 어린 친구들도 가득이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어쩔수 없이 터벅 터벅 끌려 다니는 더위 먹은 영혼들은 죽을맛이다. 이런 영혼을 달래줄 시원함이 청계천 삼일교 근처의 코피티암에 있다.
|
싱가폴식 토스트인 카야 토스트를 내놓은 코피티암에서 내놓는 카라멜 빙수는 사사삭 간 얼음에 팥과 견과류, 찹쌀떡 그리고 연유를 뿌린 다음 그 위에 아이스크림 한 스쿱 퍼다 올린 다음 카라멜을 휘윅 휘윅 둘러 마무리를 한다. 이 빙수는 카야 토스트의 고소함과 달콤함을 닮아 있는데 이름마냥 카라멜 맛이 듬뿍이 아니라 카라멜 향이 배어 있는 고소한 빙수라 할 수 있다.
|
이 대에서 30년 이라는 긴 시간을 버텨온 이 곳은 멸치우동과 지나치게 찰진 주먹밥으로 유명하지만 디저트 메뉴인 빙수 역시 예사롭지 않다. 그 중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수박빙수. 예전 어떤 기사에서 본 바에 의하면 궁극의 당도를 지닌 수박만을 엄선해서 만든다고 한다. 처음 얼핏 보면 무슨 수박 화채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는데, 곱게 간 얼음을 수박이 감싸고 있는 것이다.
|
수박 빙수의 맛은 정말 솔직하게 수박 맛 뿐이다. 오히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이런 저런 맛 없이 오직 수박의 달달함과 시원함이 얼음 알갱이와 만나 그 맛이 더욱 깊어진다. 땀나는 시원함이 있는 멸치 우동으로 배를 든든하게 데운 다음 후식으로 이 아삭한 수박빙수로 마무리를 하면 배
|
사 실 빙수라면 팥빙수를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팥빙수의 절대 지존이라 불리는 압구정 밀탑의 팥빙수. 그 곳 처럼 얼린우유를 갈아서 만들어 부드러운 맛이 강한 종로 쉐이리의 팥빙수. 이곳은 원래 크로와상을 비롯한 빵맛이 훌륭한 제과점인데 여름 메뉴로 빙수를 내놓았다. 맛 좋은 빵을 만드는 솜씨로 기존 제과점 팥빙수에 주던 맛의 잣대를 스윽 끌어 올린 쉐이리 팥빙수의 특
|
징은 일반 통조림 팥이 아니라 직접 삶아 준비한 팥으로 단맛을 조절해, 가벼운 단 맛이 아니라 깊은 단 맛을 낸다는 것이다. 이 단 맛이 얼린 우유와 만나 부드러움까지 갖춰 기본기 탄탄한 팥빙수가 되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건 과일 토핑 말고 이 곳의 마스코트인 미니 크로와상을 올려 두었으면 더 흐뭇했을텐데 하는 것이다. 모 대신 미니 크로와상도 주문해서 같이 먹으면 그만.
|
마 지막으로 참으로 인사동 다운 빙수 하나. 참 생소한 송화빙수다. 송화가루는 소나무 꽃가루를 이용해 가공하여 만든 가루다. 비타민 C, E, 아미노산등을 함유하고 있어 독성완화와 산화반응 억제등의 작용을 하는데 쉽게 말해 노화방지에 좋다는 것이다. 차로 마시면 중풍, 고혈압 및 심장병 예방에도 좋다. 이런 귀한(?) 가루를 이용해 만든 인사동사람들의 송화빙수. 각 얼음을 갈고 우유를 부은 다음 그 위에 송화가루를 올리고 통조림 과일로 마감을 하는 그저 평범한 빙수다. 일단은!
|
송화가루를 얼음과 고루 잘 비벼서 한 입 먹으면 어?! 이러면서 크게 두가지 반응을 볼 수가 있다. 하나는 맛이 왜 이래? 또 다른 한가지는 오 신선하다. 그냥 약이려니 하고 먹으면 된다.ㅎㅎ 처음의 맛은 용각산(기침, 가래 완화에 좋은 분말 약) 맛과 흡사하다. 그러나 이내 소나무향의 청량감이 입에서 맴돈다. 이처럼 송화빙수는 달콤함이나 고소함 보다는 청량함과 개운함이 가득 차 있는 빙수다. 맛보단 몸을 생각하는 건강 매니아에게 제격인 빙수. ( 생각외로 맛나요~ )
* 해당 게시물은 2009-09-16 10:25:27 에 운영자님에 의해 맛집이야기 에서 자유게시판 으로 이동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