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는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이 세계적인 에너지혁명의 대세 중 하나다.
폐쇄된 공장부지에 1000가구 규모의 미래형 주거지역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일본의 후지사와 SST(Sustainable Smart Town)와 우리나라와 ADB(아시아개발은행)가 공동으로 추진한 필리핀 코브라도섬의 에너지자립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코브라도섬 프로젝트는 우리 신재생에너지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적정기술 적용경험과 사업성을 검증하는 좋은 기회였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유인도가 200여개나 있는 필리핀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 아마존 등 분산형 마이크로그리드를 적용해야 할 곳은 무궁무진하다. 시장 규모도 2016년 80억 달러에서 2024년 30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및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개도국을 중심으로 분산형 스마트에너지시스템을 넘어 스마트시티를 지향하는 거대한 성장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구역형 에너지자립화 모델이 많이 있다. 충남 아산시에는 전원마을인 예꽃재(예술이 꽃피는 재미난 마을)가 있다. 2014년 한국에너지공단과 아산시가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으로 32세대 모두가 태양광 3㎾, 지열 17.5㎾을 설치했다. 가전기기에서 취사에까지 집에서 필요한 모든 전기를 태양광에서 생산되는 전기로 충당하고 있으며,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에너지 취약지역임에도 지열로 사계절 내내 난방과 온수를 아낌없이 쓰고 있다.
예꽃재가 친환경에너지자립마을의 롤모델이라는 입소문에 지자체, 건축 관계자 등의 잦은 방문이 다소 귀찮을 수도 있지만 신재생에너지가 주거환경에 얼마나 유용한지에 대해 전문가적인 조언도 주민들은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의 힘으로 에너지자립마을을 만들었다는 주민들의 자부심이 각별하다.
울산 태화강은 6만9000마리의 철새도래지로서 연 10만 이상이 방문하는 명소이다. 남구청은 태화강변에 철새전망대와 체험홍보관 등을 건립하고, 기존 주택을 고쳐 국·내외 관광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조성했다. 현재 삼호철새마을은 한국에너지공단 ‘테마형 마을단위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주택 500가구에 태양광 3㎾를 설치해 국내 최대 규모의 관광연계형 태양광마을로 변모 중이다.
연간 생산되는 200만㎾h의 전력으로 연 2억원의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 더불어 연 1500톤의 온실가스 감축실적은 배출권거래제를 활용해 매년 발생하는 2000만원의 추가수익은 에너지 관련 사업에 재투자해 지속가능한 그린에너지타운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충남 홍성군 뱃길을 따라 20여분을 들어가면 7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작은 섬 죽도를 만날 수 있다. 지난해 한국에너지공단과 충남도청의 협업으로 섬에 필요한 에너지를 자연이 선물하는 태양빛과 바람으로 해결하고 있다. ESS와 내연발전기의 자동연계운전이 가능하도록 디지털제어시스템을 적용해 그 어떤 에너지자립섬보다 기술력과 완성도가 높다.
인천 지도. (사진 = 한국에너지공단)
인천에서 배로 2시간여 걸려 지도에 도착하면 마을 뒷산에 풍력발전기 2대가 우뚝 서 있고, 옆에 있는 태양광발전기와 더불어 하루 평균 350㎾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마을에 있는 20가구가 넉넉히 쓸 수 있는 양으로 섬의 정수시설, 가로등, 통신시설에도 쓰인다. 전국 최초로 전력수급자동 장치도 갖추고 있어 내로라하는 에너지자립섬이다. 에너지자립섬은 탄소발생을 최소화하는 탄소제로섬을 지향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자연에서 구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풍력의 입지문제, 디젤발전기와 신재생에너지설비와의 연동문제, 구형 주택에 설치했을 때의 효율성 문제 등 개선해야 할 과제들도 생겼다.
한국에너지공단은 마을·구역단위의 에너지자립 인증제를 추가로 운영해 자립율이 낮은 에너지자립섬은 자립율을 고도화하고, 노후 신재생에너지설비를 개체함으로써 에너지자립마을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다. 여기에 실시간 모니터링시스템을 적용해 유지관리를 시스템화하고, 빅데이터로 활용한다. 한국형 에너지자립마을, 분산형 스마트그리드 특화 등을 통해 신재생 수출산업화로 이어지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2017.08.31 고재영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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