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국민에게 어떤의미를 지니는지 묻는 준엄한 심판결과
장애인 보호의무 저버린 국가 책임 인정한 첫 사법판결 당연
재발방지 위해 성인 발달장애인의 권리보호와 복지확충 절실
노동력 착취와 감금·폭행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던 '염전노예' 사건 피해자 가운데 발달장애인의 국가배상 사법판결에 대해 김성조 한국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장이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고 전국의 지적발달장애인을 대표하여 9일 아래와 같이 성명을 발표했다.
2014년 많은 장애인들을 섬으로 팔아넘겨 노예로 부린, 도저히 21세기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믿기 어려웠던 염전노예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전남 신안의 외딴 섬에서 한 장애인이 가혹한 강제노동을 견디다 못해 어머니에게 써서 보낸 편지 한 장에 대한민국은 발칵 뒤집혔고, 철저히 수사해서 뿌리를 뽑으라는 대통령의 지시까지 이어졌다.
더욱 기막힌 것은 염전 근처에 면사무소와 파출소가 있었지만 주민을 보호해야할 이들은 오히려 이러한 관행을 묵인하거나 방조했고, 그럼에도 누구의 책임도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우리 협회를 비롯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015년 11월 피해자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토대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오늘 법원은 단지 관행을 묵인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염전업자를 도와준 경찰관의 책임을 물어 3천 7백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다른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고의나 과실에 따른 위법한 공무집행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배상 청구로 기각하였다.
마땅히 국가가 책임져야 할 장애인의 인권이 외딴 섬에 버려진데 대하여 엄중한 책임을 물은 이번 판결은 국가가 무엇을 위해서 존재하는지, 나라가 국민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묻는 준엄한 심판이다.
국가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21만 지적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권익보호와 복지대책을 더욱 확충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부모 사후 사실상 무방비에 처해있는 30대 이상 중고령 지적발달장애인의 권리보호와 복지지원을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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