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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홍련] 강윤정 개인 창작춤 ‘장화 홍련, 잔혹한 기다림’
23일 오후 4시 7시 2회, 성수아트홀에서 열려
등록날짜 [ 2017년09월13일 09시14분 ]

불안 초조 써스펜스 스펙타클한 춤의 향연, 손짓 발짓 하나에도 스산한 공포가 밀려오는 창작춤 ‘장화 홍련, 잔혹한 기다림’은 임정희(세종대학교 국제교육원 주임교수)연출로 차세대 무용가 강윤정 안무로 23일 오후 4시 7시 2회에 걸쳐 성수아트홀에서 열린다.

 

이번 작품은 기존의 시각을 탈피해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원전을 춤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강윤정 안무 및 출연 그리고 세종대 무용과 춤다솜무용단 노기현, 오유진, 김상현, 유원태, 우경식, 공언웨이디, 김수민, 이연지, 김나형등이 함께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 본성에 대한 고민과 성찰의 문제는 모든 창작예술의 영역에 있어 영원한 소재이자 화두로써 차용되어 왔다. 그리고 중국의 지대한 영향을 받아온 동양적 사고의 기저에는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이 주요한 근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성선설은 태생적으로 선한 인간의 본성을 더욱 더 확충시켜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며, 성악설은 본디 악한 인성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이 적극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는 교훈으로써 작용한다. 이는 겉으로 보기에 인간 삶의 행태를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제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궁극적으로는 유교적 체계와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공통적인 불문율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유교는 근본적으로 반상(班常)의 신분구별과 남존여비(男尊女卑)라는 엄격한 특성으로 말미암아 적지 않은 폐단을 배태시켜왔으며 특히, 계모(繼母)를 소제로 한 독특한 문학장르를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계모란, 일부일처제 사회 어디에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존재로써 원래는 자신을 낳아준 ‘친어머니’와 동등한 지위와 역할을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역사 속 그들의 면면은 선(善)의 대척점에 서 있는 악(惡)의 상징으로 대변되어 왔으며 우리나라 고전 중에서도 <장화홍련전>이 바로 이를 반증하는 대표적인 유산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은 과다한 출산과 노동에 무방비로 노출된 여성성의 척박함, 기존 가족 구성원들의 배척으로부터 기인한 유동적이고 불안한 계모라는 신분에서 촉발되고 있다 하겠다. <장화홍련전> 역시 아무리 실존하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하지만 이러한 기득권층의 그릇된 인식과 부조리하고 견고한 사회적 통념의 굴레을 완전히 극복치 못한 채 산출된 결과물이라 충분히 예측해 볼 수 있다.

 

오랜 세월동안 우리의 인식틀 속에 고착되어 온 계모라는 신분의 태생적인 ‘사특함’이 아니라 한 사람의 지어미요 이질적인 구성원들과의 괴리 사이에서 떠돌 수밖에 없었던 한 여인의 애틋한 번민의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자 한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인은 악의 주체가 아닌, 가족들의 무관심과 따돌림으로 인한 고통을 주체못할 증오심으로 증폭시키고 그 중심에 스스로를 던져버림으로써 안타깝게 산화해 버리는 한없이 나약한 희생양에 불과할 따름이다.

 

이처럼 불편한 가상의 진실을 확인해 가는 과정을 통하여 우리는 그동안 잊고 있던, 전혀 또 다른 군상들의 가학성을 마주하게 될 것이며 마침내는 서로의 이해와 화해라는 현대적 개념의 평화를 모색케 될 것이다.

 

벽에 갇히다

무대 중앙에 한 여자가 서 있다. 주위에서 축하의 군무가 화려하게 어우러진다. 새엄마라는 이름으로 낯선 가정에 새로이 합류하여야 하는 여인, 설레임과 불안감의 이질적인 감정이 중첩된 얼굴이다. 거센 바람 소리 들려오고 치마폭이 조금씩 흔들린다. 순탄치 않은 앞날의 행보를 암시하듯, 바람과 치마폭의 움직임이 거세질수록 여인의 고개는 점점 더 수그러들고 군무들 조용히 퇴장한다.

 

잠시, 바람 잦아들고 각기 다른 위치에서 아버지와 장화, 홍련이 등장한다. 아버지가 달려가 두 사람의 손을 무대 중앙에 서 있는 여인에게로 이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매몰차게 고개를 돌린다.

 

서로를 등진 채 서 있는 세 사람과 여인,보이지 않는 거대한 장벽을 상징하듯 그들 사이에 두터운 세로줄의 조명이 드리워진다.

 

1장. 불안한 행복

장화와 홍련이 서로의 따스한 눈길을 주고 받는다. 두 사람이 손을 부여잡고 춤을 춘다. 아버지 등장하여 두 사람을 애틋한 손길로 보듬는다. 무대는 세 사람의 행복으로 충만해 보인다.

 

여인이 등장하여 합류한다. 아버지가 여인의 손을 잡고 듀엣을 추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두 사람 사이를 자연스레 가로막고 나서는 장화와 홍련, 여인에 대한 매서운 질투와 경계심이 가득차 있다. 망연한 표정의 여인이 남자를 바라다본다. 이윽고 한 발 물러서며 여인이 남자의 등을 장화와 홍련에게로 떼민다. 아버지와 장화와 홍련, 세 사람의 행복한 춤이 다시금 어우러진다.

 

장화와 홍련은 힐끔힐끔 여인을 바라보면서 일말의 틈도 용인치 않는다. 새엄마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버지의 사랑만을 갈구하는 두 자매의 표정은 단호하다. 아버지는 그러한 자매에게 각별한 사랑의 시선을 전한다. 이를 조용히 응시하는 여인, 그녀의 어깨 위로 감당 못할 서러움과 외로움의 무게가 내려앉는다. 축 처진 잔등을 보이며 여인이 쓸쓸이 퇴장해 간다.

 

2장. 차가운 손

무대 중앙에 여인이 혼자 서 있다. 이제 그녀의 얼굴에는 설렘과 불안 대신 분노가 팽배하다. 장화와 홍련의 질투와 경계보다 훨씬 더 무섭고 어두운 표정이다. 격한 동작의 춤사위로 무대를 쉼없이, 그리고 거칠게 오고 간다.

 

음울하고 날카로운 음악소리 높아 가며 무섭고 사나운 무리들이 갑작스레 등장하여 여인의 뒤를 좇는다. 그들의 움직임은 기괴하고 파괴적이다. 복식 또한 한국의 전통색상인 오방색(황,적,백,적,흑)을 사용하여 다양하고 섬뜩한 악령의 기운을 부여한다.

 

여인은 몇 번이고 거부하며 도망치지만 그들은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마침내 쓰러지고 마는 여인, 정적 속에 서서히 고개를 들고 악령들을 바라다본다. 그리고 마침내 결심한 듯, 손을 내밀어 마주잡고 일어선다. 느리고 절도있는 동작, 악령들의 손에 묻은 검은 물감이 여인의 옷에 닿아 물들어가는 움직임으로 구체화된다.

 

무대의 한 구석, 불안한 눈빛으로 이를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이 오버랩되며 장면 전환....

 

3장. 어긋난 사랑

장화, 홍련과 여인이 마주하고 있다. 두 자매와 여인은 벽을 상징하는 조명을 넘나들며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멀어진 관계를 확인한다. 움직임이 거듭할수록 더해가는 긴장감, 처음에는 자매의 다그침에 여인의 행보가 밀리는 형국이다, 여인은 깊은 수렁에 빠진 듯한 괴로움과 고통으로 몸부림친다.

 

수세에 몰린 여인이 허공을 향한 울부짖음으로 반격을 시작한다. 그녀의 뒤에는 오방색의 복식으로 치장한 악령들이 가세하고 있다. 그들의 움직임은 뱀의 또아리처럼 하나의 형상으로 합쳐졌다 분화되기를 반복한다. 두려움에 휩싸인 장화와 홍련이 필사적으로 발버둥 쳐보지만 이미 역부족이다.

 

일진일퇴의 공방,

광폭하고도 둔탁한 굉음 속에 장화, 홍련이 쓰러지고 만다. 쓰러진 자매를 에워싸며 다가가는 악령들과 여인의 싸늘한 시선이 매섭다.

거센 바람소리와 함께 단말마와 같은 장화, 홍련의 외마디 비명 들려오고 무대는 침묵 속에 암전된다.

 

에필로그. 벽을 허물다.

무대 밝아지면, 눕혀져 있는 장화와 홍련의 시신 앞에 아버지가 처절하게 흐느끼고 있다. 뒤에서 넋나간 표정으로 이를 응시하고 있던 여인이 뒤늦은 후회와 죄책감으로 절규한다. 마침내 여인이 칼을 빼어들고 자신의 가슴을 향해 내려치려는 순간,아버지가 달려들어 칼을 빼앗고 부둥켜 안는다. 남편의 관심을 갈망했던 여인의 욕망과 이를 외면했던 남자의 고해가 이루어진다.

 

살푸리, 산자는 죽은 자의 혼을 달래고 죽은 자는 이승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춤이 추어진다. 어긋난 사랑에 대한 참회의 춤이다. 무섭고 사납던 악령들의 인도 아래 소생을 바라는 간절한 군무가 이어진다. 의식이 고조되고 화려한 꽃잎들 시신 위에 뿌려지며 깨어나는 장화와 홍련, 무대는 오래고 잔혹했던 기다림의 끝을 대동(大同)의 축제로써 맺으며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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