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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정부가 함께 만들어가는 지진 안전국가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등록날짜 [ 2017년09월13일 09시47분 ]

[류희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한 기업가가 강연에서 ‘1:10:100의 법칙’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제품을 생산할 때 공정 과정에서 불량품을 즉시 처리하면 1의 비용이 들지만 불량품이 시장으로 나온 후에 처리하면 10의 비용이 들고, 고객의 손에 들어가면 100의 처리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즉, 미리 대처할수록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10배, 100배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설명을 들으며 문득 지진 재난 대비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진은 다른 자연재난과 다르게 언제, 어디에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다. 한 번 발생하면 인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발생 후에 수습하는 것보다 발생 전에 미리 준비하여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9월 12일 저녁,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우리나라가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다. 전국에서 진동이 감지됐으며 23명의 부상자와 약 110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국민들은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민들은 지진에 대해 보다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정부에서는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대책도 마련했다.

 

지진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는 일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평소 방재 용품을 준비하고, 방재운동회, 지진 체험학습 등은 물론 실제 같은 지진 대피 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도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1995년 1월 17일 일본열도에서 상대적으로 지진 안전지대라고 알려진 고베 지역에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 6300여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지진 대비 훈련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고 주민들의 다소 느슨했던 경각심이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고베 지진 이후 일본 정부는 그동안의 지진 대책을 재검토하고 복구와 구호 체계를 정비했으며 시민들은 자원봉사단을 결성해 지진에 대비했다. 또한 고베 지진을 계기로 일본의 내진 기준은 대폭 강화됐으며 학교 시설은 2015년에 내진 보강을 100% 완료했다.

 

우리나라도 9.12 지진 이후 정부는 종전의 지진 대응 체계를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 대폭 개선했다. 규모 5.0 이상 지진은 관측 후 15초 이내에 통보하도록 개선하고 ‘지진 국민행동요령’을 다양한 형태로 제작·배포했다.

 

또 내진 설계 의무 대상을 2층 또는 500㎡의 건축물까지 확대하고 기준을 강화했다. 하지만 지진으로부터 국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민방위훈련, 안전한국훈련 등 지진 발생에 대비해 대피 훈련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 국민들이 훈련을 대하는 태도와 긴장감은 지진 대비 선진국인 일본과는 사뭇 다르다.

 

민간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교육과 훈련 또한 부족하며 가정에서 지진에 대비해 지진 행동요령을 생활화하는 것도 부족하다. 따라서 지진 안전국가로 한걸음 나아가기 위해서는 안전한국훈련 등 대피 훈련에 이전과는 다른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9.12 지진 이후 큰 지진이 없어 지진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지만 지진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항상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이에 정부는 그동안 수립한 지진 방재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여 국민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다. 나아가 정부의 노력과 함께 국민들도 스스로 지진에 대한 대응 역량을 키우는 것이 지진이 발생했을 때 10배, 100배 커질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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