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정부는 우리가 당면한 대내외적 상황과 재정 여건까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확장적으로 내년도 예산을 편성했다”며 “이번에 정부가 편성한 예산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 강한 나라로 가는 발판을 만드는데 특별히 주안점을 두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이같이 설명하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문 대통령은 “재정은 국가정책을 실현하는 수단이고 예산안에는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과 목표가 담겨 있다”며 “일본의 경제 보복 와중에 강한 경제, 강한 나라로 가기 위한 정부의 특별한 의지를 담아 예산안을 편성한 만큼 앞으로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앞으로 있을 국회의 예산심사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국회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데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 임시 국무회의 모두발언 전문.
오늘 국무회의는 내년도 예산안과 중기재정계획 국회 제출을 앞두고 정부안을 확정하기 위해 소집했습니다.
결국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가 시행됐습니다. 일본 정부의 태도가 매우 유감스럽지만 우리는 이 상황을 능히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다각도에서 대비책을 준비해왔습니다. 우리 경제와 기업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준비한 대책을 빈틈없이 시행해 나가겠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제조업 등 산업경쟁력을 강화하여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기회로 삼을 것이며, 일본의 부당한 경제 보복에 대응하는 조치도 주권국가로서 당당하게 실행해 나가겠습니다.
일본은 정직해야 합니다. 일본은 경제 보복의 이유조차도 정직하게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근거 없이 수시로 말을 바꾸며 경제 보복을 합리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어떤 이유로 변명하든 과거사 문제를 경제 문제와 연계시킨 것이 분명한데도 대단히 솔직하지 못한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거사 문제를 대하는 태도 또한 정직하지 못합니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에 불행한 과거 역사가 있었고, 그 가해자가 일본이라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도 반성도 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가 피해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덧내고 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첫 희생이 되었던 독도를 자신의 영토라고 하는 터무니없는 주장도 변함이 없습니다. 일본은 과거를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여 세계와 협력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과거를 기억하고 성찰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모든 나라가 부끄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도 외세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스스로 부끄러운 역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를 기억하고 성찰할 때 우리는 거듭날 수 있습니다.
과거를 기억하고 성찰한다는 것은 끝이 없는 일입니다. 한 번 반성을 말했으니 반성은 끝났다거나, 한 번 합의했으니 과거는 모두 지나갔다는 식으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독일이 과거에 대해 진솔하게 반성하고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 시시때때로 확인하며 이웃 유럽 국가들과 화해하고 협력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나라가 되었다는 교훈을 일본은 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재정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을 극복해야 합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세계 경기 하강과 미중 무역 갈등, 여기에 더해진 일본의 경제 보복이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가 대외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혁신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선도형 경제로 체질을 전환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 재정이 과감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초석을 놓기 시작한 포용국가의 기반을 더욱 단단히 다지는 것도 중단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 경제가 어려워질 때 재정지출을 늘려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저소득 국민의 소득을 늘리는 것은 재정 본연의 기능입니다.
지난 2년간 정부의 재정투자는 많은 긍정적 변화를 이끌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네트워크·AI 지원예산의 확대가 글로벌 5G 시장의 선점으로 이어지고, 창업 지원예산이 역대 최고 수준의 벤처투자 활성화와 유니콘 기업의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일자리 예산 증가가 취약계층의 고용 상황 악화를 방지하는 버팀목이 됐고,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됐습니다.
적시의 재정투자가 성장의 기회를 살리고 함께 잘사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는 결과입니다. 이러한 성과를 더욱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우리가 당면한 대내외적 상황과 재정 여건까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확장적으로 내년도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IMF와 OECD 등 국제기구에서는 우리에게 계속해서 확장 재정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국가채무비율이 평균 110%가 넘는 OECD 나라들에 비해 국가채무비율이 크게 양호한 우리나라는 그럴만한 여력이 충분히 있습니다.
이번에 정부가 편성한 예산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 강한 나라로 가는 발판을 만드는데 특별히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산업 육성 예산과 미래성장동력 중심으로 국가 R&D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등 혁신성장의 속도를 높이는 재정투자에 역점을 두었습니다.
특히, 일본의 수출 규제와 경제 보복 조치에 맞서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하는데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2조1천억 원을 집중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경제 활력을 되살리기 위한 지원도 대폭 확대했습니다. 수출 지원 무역금융과 투자 활성화 정책자금을 통해 기업의 노력에 힘을 보태고, 제조업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예산도 대폭 늘렸습니다.
지역경제가 살아야 국가 경제 전체에 활력이 생깁니다. 지역경제 활력을 위한 생활 SOC 예산과 함께, 내년부터 33개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가 전면적으로 착수될 수 있도록 예산을 반영했고,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지역에 대해서도 맞춤형으로 지원 예산을 담았습니다.
강한 나라의 기반인 자주국방 역량과 외교 역량 강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예산도 늘렸습니다. 국방예산은 올해 대비 7.4%가 늘어나 사상 최초로 50조 원이 넘게 책정됐습니다. 무기체계의 국산화·과학화를 최우선의 목표로 차세대 국산 잠수함 건조 등을 통해 전력을 보강하고, 국방 분야 R&D를 대폭 확대해 핵심기술을 확보할 것입니다. 방산이 민간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겠습니다.
4대 강국과 신남방·신북방 등 전략 지역을 중심으로 공공외교와 정부개발원조, ODA의 규모도 확대했습니다.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우리 국민과 기업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예산으로 앞으로도 계속 더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예산에도 공을 들였습니다. 사회안전망과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추가 완화와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 예산을 반영했습니다.
고교 무상교육도 확대했습니다. 어르신과 청년, 영세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도 확대합니다. 노인 일자리를 74만 개로 늘리고, 기초연금을 30만 원으로 인상했습니다. 청년 주거 지원을 강화하고, 추가 고용장려금과 청년내일채움공제 수혜대상을 대폭 늘려 일자리 지원을 확대하겠습니다.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융자지원을 확대하고,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역사랑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를 확대했습니다.
국민 안전 예산도 대폭 늘렸습니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예산을 두 배 이상 늘렸고, 붉은 수돗물 문제 해소를 위해 스마트상수도 관리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재정은 국가정책을 실현하는 수단이고 예산안에는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과 목표가 담겨 있습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와중에 강한 경제, 강한 나라로 가기 위한 정부의 특별한 의지를 담아 예산안을 편성한 만큼 앞으로의 과정이 중요합니다.
사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가 가야할 방향이었습니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그 방향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었을 뿐입니다.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폭넓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앞으로 있을 국회의 예산심사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원만하게 이루어지도록 국회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데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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