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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청렴과 고독
등록날짜 [ 2019년12월10일 12시39분 ]


 

권력을 가진 자나 권력기관에 근무하는 자가 청렴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하는 것은 거의 매일같이 언론에 보도되는 공직자들의 부정부패, 비리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권력을 가진 자가 나무라면 청탁을 하는 사람은 바람이다. 바람은 계속해서 나무를 흔들어댄다.

 

부정의 유혹은 나무의 뿌리와 줄기를 갉아먹는 벌레와 기생충이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흙 속에 숨어 나무뿌리를 갉아먹거나 줄기를 공격해서 기어코 자기 욕심을 채우고 나무를 쓰러뜨린다.

 

경찰관은 숱한 바람과 벌레와 기생충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얽히고설킨 인연으로 알게 된 친구, 선후배, 유력자들로부터 부정한 사건 청탁을 받게 된다.

 

들어보나마나 단 한건도 들어줄 수 없는 성질의 청탁들일 것이다. 한 건이라도 들어주었다가는 제복을 벗을 각오를 해야 할 사건들일 터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속칭 ‘김영란법’시행 이후 뜸해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구시대 사고방식에 젖어 청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청탁자가 무안해하지 않도록 완곡하게 거절을 하지만 청탁을 한 당사자는 경찰관에게 섭섭함과 배신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이후 청탁한 자를 만나게 되면 서먹한 티를 내면서 백안시를 하게 되지만 경찰관은 그래야 한다. 그런 사람은 몰라도 된다.

 

청렴을 지키는 대신 우정은 금이 가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경찰관직을 수행하기 위해선 그따위 우정은 버려야 하는 것이다.

경찰이라는 직업으로 인해 한없이 씁쓸해지고 외로워지는 순간이다.

 

텔레비전에서 홍콩의 염정공서라는 기관에 대해 기획 취재를 하여 보여준 적이 있었다.

염정공서(鹽政公署, ICAC)는 홍콩의 반부패 수사기구로서, 홍콩사회에 만연한 부패를 일소하기 위해 설립한 독자적인 수사권을 갖춘 부패 방지 수사 기구이다.

 

염정공서는 부패 혐의자를 영장 없이 체포하고 48시간 동안 구금할 수 있는 수사 권한을 보유하고 있으며 비리 혐의점만 있어도 출국 금지를 시킬 수 있다.

 

염정공서의 출범은 홍콩을 최상위 청렴 국제도시로 만들었다.

텔레비전 취재 보도내용은 무소불위 염정공서의 막강한 권한을 보여주면서 청렴한 홍콩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염정공서 직원들의 애환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염정공서 직원들도 우리나라 권력기관에 있는 사람들같이 지인들로부터 청탁을 받기도 하는데 그것을 들어줄 수 없는 입장에서 청탁 거절로 인해 자연스럽게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고립되어 괴로워하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조명하기도 했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며 크고 작은 청탁을 거절하다보니 ‘의리 없는 인간, 인정머리 없는 인간, 네가 그 자리에서 얼마나 잘 먹고 잘사나 보자!’등의 원망이 쏟아졌다.

 

염정공서 직원들은 일가친척들의 애경사에도 될 수 있으면 참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10여년 가량 염정공서에 재직했다하면 가족 이외에는 모든 지인들과의 인연이 대체로 끊어져 외톨이 신세가 된다.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다.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술친구도 같은 처지의 염정공서 직원들밖에 없다. 그러면서 깨끗한 홍콩을 만들어가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염정공서 직원들의 비리 방지를 위한 자체 감찰 기능도 살벌할 정도로 철저하며 피도 눈물도 없다.

염정공서 직원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서 인간적인 면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그들은 오직 청렴사회 건설이 목표였다.

 

우리나라에서 권력기관에 근무한다고 하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데 비해 그들은 깨끗한 홍콩을 만든다는 자부심은 가슴 가득하지만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경찰관들도 홍콩의 염정공서 직원들같이 그래야만 한다.

우리나라 경찰관이나 권력기관에 종사하는 자들은 단순한 월급쟁이로 살아야 한다. 어설프게 돈 밝히다가는 그나마 월급도 잘리는 수가 있다.

 

공무원 신분으로 사는 동안에는 결코 재물을 모을 팔자가 아닌 무재팔자(無財八字)임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

 

돈 벌어 부자가 되고 싶으면 사표 쓰고 나가서 장사를 해야 한다. 오직 근면과 검소로 월급 외에 그 어떠한 것도 바라서는 안 된다.

청렴은 고독한 것이다. 경찰관은 고독해야 한다. 그 고독은 자랑스러운 것이다.

 

인천남동경찰서 만수지구대 팀장, 류제헌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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