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전 부평구청에서 받은 고마움을 반평생 간직하던 주민이 재난지원금으로 구에 쌀과 현금을 기탁했다.
16일 부평구에 따르면 지난 12일 용인시에 거주하는 오정희(79)할머니가 딸과 함께 부평구를 찾아 쌀 10kg 10포와 현금 30만 원을 전달했다.
그는 현재 47세인 자신의 큰 딸이 중학생이었던 시절 남편이 갑자기 쓰러지는 시련을 맞았다.
당시 부평역 뒤쪽(부평2동 근처)에 살던 오정희 할머니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아이들은 어렸고, 도움을 받을 곳도 없었다.
그러던 중 한 이웃이 구청을 찾아가 도움을 청해보라고 말했다. 오 할머니는 “구청에 간다고 도움을 주겠느냐”며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자포자기한 심정 끝에 용기를 내 구청을 찾은 오 할머니는 직원에게 사정을 얘기했고, 담당 직원은 다음 날 다시 오라는 말만 남겼다.
오정희 할머니는 이튿날 증명서를 한 장 받아 바로 남편을 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었다. 치료를 마친 남편은 건강하게 퇴원했다.
시간이 흘러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당시 부평구청 공무원이 발급해 준 생활보호대상자 증명서는 통상 발급에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는 부평을 떠나 용인에 자리를 잡았고, 먹고 살기 바쁜 나머지 고마운 마음을 가슴 속에만 간직해 두고 있었다.
오정희 할머니는 “구청의 고마움이 평생 가슴에 남았다”며 “죽기 전에 은혜를 갚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식들도 다 키운 마당에 재난지원금을 받아 비로소 은혜를 갚을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락처와 사진을 남겨 달라는 직원의 요청을 사양한 채 이름 석 자만 남기고 딸과 함께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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