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만에 다시 부평 미군기지에 서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가슴 깊이 뿌듯함이 올라오네요. 이곳의 역사를 잘 간직해 부평의 문화공간으로 잘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 애스컴시티 연주자 최선배(77)씨
80여 년 동안 금단의 땅으로 남아 있던 부평 미군기지에 문화도시 부평을 응원하기 위한 뮤지션들의 선율이 울려 퍼졌다.
대한민국 재즈 1세대 멤버인 트럼펫 연주자 최선배(77)선생과 판소리 댄스그룹 이날치가 최근 부평 미군기지를 찾았다.
이번 방문은 부평구가 OBS 경인TV와 진행하는 문화도시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한 것으로, 현재 토양 정화 작업이 진행 중인 캠프마켓 군수품 재활용센터(DRMO)내 한 건물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부평구는 1950~6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발상지였던 부평 애스컴시티(신촌·삼릉 일대)를 재조명해 문화도시 부평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이번 다큐를 준비했다.
첫 번째 촬영에 나선 최선배 선생은 지난 1966년부터 이듬해까지 애스컴에서 활동했다. 1943년 강화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전쟁이 끝난 후 미군을 위해 24시간 음악을 흘려보내던 주한미군방송(AFKN)을 들으며 연주자의 꿈을 키웠다.
“1964년부터 미8군에서 활동했어요. 군악대에 들어가 트럼펫을 배웠는데, 그 전부터 음악에 대한 꿈이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파주 쪽에 있다가 부평 애스컴에 오게 됐죠. 당시 애스컴은 부대가 커서 음악 단체들도 10곳 이상 있었어요. 가벼운 스윙재즈나 올드 팝을 연주하는 등 음악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히 활성화 됐었죠.”
당시는 애스컴시티에서 나오는 풍부한 일자리와 물자들을 쫓아 전국 각지에서 부평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시간이 흐르며 부평 사람들이 됐다.
최선배 선생은 “부평이 문화도시 지정을 앞두고 애스컴시티와 같은 역사를 보존하는 것을 보니 뿌듯하고 감사하다”며 “추억이 서린 다양한 공간들도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선배 선생에 이어 무대를 준비한 뮤지션은 국악과 현대음악을 접목한 음악으로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날치 밴드였다.
이날치 밴드는 조선시대 후기의 판소리 명창 ‘이날치’의 이름을 따 온 그룹으로, 소리꾼 4명과 베이스 2명, 드림 1명으로 구성됐다.
이날치는 최근 정규 앨범 ‘수궁가’를 발표한 이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날은 수궁가의 타이틀곡인 ‘범 내려온다’를 선보였다.
음악감독이자 이날치에서 베이스를 맡고 있는 장영규(52)씨는 “다큐 제안을 받으며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공간이 특별한 사연을 가진 곳이라고 들었다”며 “이야기가 정말 매력적이어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애스컴시티 주변에서 클럽이 활성화됐던 당시는 한국 음악사 중에서도 매우 특별했던 시기로, 가수나 밴드 모두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었던 시절”이라며 “지금 남아있는 자료만으로도 그때가 대단한 시절이었다고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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