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소방방재청이 재난관리 전담기구로 최초 태동하고, 2017년 7월 소방청이 출범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 중 하나가 되었으며 소방청은 화재발생 시 국민들의 무리한 진압, 뒤늦은 대피 등으로 인한 인명피해 예방을 위해 “불나면 대피먼저”슬로건을 앞세워 대국민 패러다임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필자 또한 강연이나 교육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일단 안전한곳으로 대피먼저 하라고 말하고 있으나 “불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신속하게 신고를 하거나 주변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끈다 등의 대답을 듣곤 한다. 물론 빠른 신고와 소화기를 이용한 초기소화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필자는 화재가 발생하면 가장 최우선되어야 할 것은 내 자신의 안전이고 내 안전이 확보 된 후 119에 신고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왜 신속한 대피가 중요할까?
첫째로 복잡한 건축물의 구조로 인해 빠른 대피가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효율성을 중심으로 각종 시설과 구조물들이 설계되었으며, 도시공간이 팽참함에 따라 건축물의 구조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졌다. 때문에 막상 화재와 같은 긴급 대피상황 발생 시 침착함을 유지한 체 직관적으로 쉽고 빠르게 대피하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미로 같은 건물 내부에 고립되어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상황이 발생 할 수 있다.
둘째로 화재의 성장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화재는 단계별로 발화기 성장기 플래쉬오버를 거쳐 최성기 쇠퇴기 순으로 진행되며 플래쉬오버 단계에서는 화재가 발생한 주변 모든 표면과 물체들이 발화되는 온도까지 가열되면서 한순간 화염을 일시에 분출하게 된다. 실제로 현장에서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중 플래쉬오버에 직면하게 되면 개인보호 장비를 착용했음에도 극도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밀폐된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이렇게 위험한 플래쉬오버 단계까지 불과 2분~3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셋째로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 시 불로인한 피해보다 연기로 인한 피해가 훨씬 많다는 점이다.
여행을 가서 캠프파이어를 하거나 바비큐를 할 때 연기가 눈과 코로 들어가 눈물과 콧물이 나오는 경험은 대부분 있을 것이다.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가연물이 불완전 연소되면서 다량의 연기가 발생하게 되는데 연기의 이동속도가 수평1m/s 수직2~3m/s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다보니 내 주위가 순식간에 연기로 가득차 눈앞이 보이지 않게 된다. 유독가스인 연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질식사 할 수 있으며, 짙은 농연으로 비상구를 찾지 못하는 절망적인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지난날 화재로 인해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제천, 종로 고시원, 용인물류창고 화재 등 안타까운 사고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불나면 대피먼저” 짧지만 내 생명을 지켜줄 뜻깊은 글자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장소에서 화재가 발생한다면 어디로 대피해야 할까? 내가 자주 가는 음식점, 일하는 사무실, 학교 강의실에서 비상구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될까? 이 질문들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면 화재와 같은 긴급 상황 발생 시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 항상 습관처럼 비상구의 위치와 피난기구등을 주의 깊게 살피어 위급상황시 어떤 경로로 어떻게 대피할 것인가 생각하며 위급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올 추석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고향집 방문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어 가족들이 한대모일 수는 없겠지만 우리 가족들이 화재와 같은 위급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피 할 수 있도록 주택용소방시설인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선물하여 따듯한 마음을 전하는 추석이 되길 바란다.
인천서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 소방령 윤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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