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가난으로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 글을 배울 기회도 없이 단지 말로만 살아야 했던 어르신들이 서울시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늦깎이 배움에 열정을 쏟으며 새 삶을 시작했다. 조금은 느리지만 착실히 읽고 쓰기 시작하면서 오랫동안 가슴 속에 담아뒀던 '내 삶'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가난한 집안에 일손을 보태느라 학교란 곳에 가보지 못했다 이제야 배움의 꿈을 이뤄가고 있는 일흔의 학생부터, 죽기 전에 마음을 담은 편지 한 장 써보고 싶어 글을 배우기 시작한 어르신, 아흔 가까운 나이에도 10년 넘게 결석 한 번 없이 배움에 열정 쏟고 있는 어르신까지 문해교육의 감동 스토리를 담은 특별한 시화전이 열린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원장 김주명)은 ‘인생, 글을 만나 시와 그림이 되다’를 주제로 35명의 문해학습자들이 시인이 되어 자신의 인생 스토리와 세상에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2020년 서울 문해교육 시화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유튜브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 연다.
「서울 문해교육 시화전」은 유네스코가 정한 ‘문해의 달’(매년 9월) 행사의 하나로 서울 지역 문해 학습자들이 학습성과를 서로 공유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된 행사다. ’15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은 지난해 11월, 서울시 성인문해교육 종합계획의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추진을 위해 ‘서울특별시 문해교육센터’로 지정된 바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문해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었음에도 111개의 작품이 접수되며 문해학습자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시작은 이중 입상한 수상자들의 작품이다.
35개 작품은 38개 문해교육기관 소속 문해학습자들이 제출한 작품 가운데 서울특별시장상 3편,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장상 14편, 전국 시화전 입상작 18편 등 총 35편이 전시된다.
수상작에 담긴 내용 역시 코로나19로 지친 가족과 이웃에 대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35개 작품에 담긴 시구의 단어 총 19,324개를 의미망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빈도를 보인 단어는 '코로나'였다. 그러나 70% 이상의 시구가 가족, 친구, 이웃 같은 삶의 대상에 대한 ‘내일’, ‘희망’, ‘좋은날’, ‘오겠지’, ‘힘내자’ 같은 동기와 의지를 나누는 표현이었다.
서울특별시장상을 받은 윤집득 수상자(89세)도 <코로나가 갑자기>라는 제목의 작품을 통해 코로나를 “내 나이 구십에도 (이렇게) 지독한 놈은 처음”이라며 자식과 손자들 근심에 집에만 있는 답답함을 표현했다. 또, 코로나로 고생하는 의료진과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에게 “내가 그 녀석을 언제 알았던가 털고 일어날 날이 새벽처럼 올 거예요”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윤집득 수상자의 학습 지원을 담당하는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 박은희 사회복지사는 “10년 넘게 결석 한 번 없이 성실하게 문해교육에 참여하고 계시다”며 “평소 문해교육을 받으면 글을 쓰는 기쁨만큼 예쁜 말, 고운 말을 써야 한다며 긍정적이고 좋은 말을 사용하는 모범 어르신으로, 이번 시화전에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 기쁘다.”고 축하인사를 전했다.
이밖에도 과거 힘들었던 시절 글을 몰라 겪었던 설움, 뒤늦게 배움의 즐거움을 찾고 새 인생을 살아가며 느끼는 행복 등 다양한 감동 스토리가 담겼다.
「2020년 서울 문해교육 시화전」은 25일(금) 14시부터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유튜브(https://www.youtube.com/channel/UCFAOnoNXqjraLVuwC__eknQ) 생중계를 통해 볼 수 있다. 이후에도 수상작 및 영상은 서울시 평생학습포털(sll.seoul.go.kr)과 온라인 시화전 홈페이지(slec.kr) 등을 통해 10월 말까지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수상작 이외에도 수상자 인터뷰 영상, 각 구청장의 축하‧응원 영상 등도 담겼다.
수상자 인터뷰 영상은 60-70년대 동네풍경을 간직하고 있어 옛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돈의문 박물관마을’에서 사전 제작했다. 어르신들에게 배움을 부러워만 했던 과거를 위로하고 새로운 배움의 경험을 선물로 드리고자 했다.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은 “시화전에 참가한 문해 학습자들이 쓴 시는 어떤 시인의 시보다 생생하고, 삐뚤빼뚤한 글씨는 어떤 명필의 글씨보다 큰 감동을 준다.”며 “이분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우리말과 글을 배우는 것의 소중함을 함께 느끼고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많은 시민들이 꿈과 희망을 다시 한 번 마음에 되새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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