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애송시 ‘귀천’의 탄생지인 강화군 건평항에 천상병 시인의 기념공원이 탄생한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근대 한국 시문학에서 가장 서정적이고 순수한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국민애송시로 자리한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이라는 시를 읊조려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 시가 발표된 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국민적 사랑이 식지 않는 것은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평안과 감동, 위안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강화군(군수 이상복)은 이처럼 큰 울림을 주는 걸작을 기리기 위해 강화도 건평항에 ‘천상병 귀천 공원’을 조성 완료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귀천’이 탄생한 지 꼭 50년 만이다.
이는 건평항이 귀천의 창작무대이기 때문인데, 몇 해 전 강화나들길 홍보책자를 집필한 장인성 시인으로부터 옛 건평나루가 귀천의 탄생지라는 이야기를 들은 군은 확인 작업을 거쳐 강화도에서 활동 중인 조각가 박상희 씨에게 의뢰해 건평항 인근 쉼터에 이번 공원을 조성하게 됐다. 이 공원에는 천상병 동상과, 육필 글씨를 새긴 귀천 시비, 안내판 등이 설치되어 있다. 동상은 해맑게 웃는 천 시인의 어깨에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는 모습이다. 평생 가난에 시달리고 시대와 불화를 겪은 천 시인이 새가 되어 하늘로 돌아가는 형상이다. 군은 동상 주변 조경과 경관조명 공사가 끝나는 내년 3월 동상 및 시비 제막식을 열 계획이다. 한편, 이 공원에는 국민가곡 ‘그리운 금강산’을 작곡한 강화도 출신 작곡가 최영섭 선생(88)의 노래비도 있다.
천상병 시인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 일본의 해안도시 효고현(兵庫縣)에서 태어나 해방과 더불어 고국으로 돌아와 경남 마산에 정착했다. 이후 천 시인은 서울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늘 고향바다를 그리워했다. 그러나 마산까지 갈 여비가 없어 고향친구인 박재삼 시인과 더불어 서울에서 가까운 강화도를 자주 찾아와 바다에 대한 향수를 달랬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건평나루 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시다 쓴 시가 ‘귀천’이었다. 천 시인은 이 시를 메모지에 적어 박재삼 시인에게 건네주었다 한다. 이 시에는 당시 산기슭과 맞닿아 있던 조그만 건평나루의 풍경이 그대로 녹아있다.
천 시인은 이 시를 쓴 직후인 1967년 소위 동백림간첩단사건에 연루되어 6개월간 옥고를 겪고 풀려났으나 고문 후유증으로 폐인이 되다시피 하여 4년여를 행려병자로 떠돌이 생활을 했다. 이처럼 오랫동안 행방이 묘연하자 천 시인이 죽은 것으로 생각한 박재삼 시인이 ‘귀천’을 천 시인의 유작으로 창작과 비평에 발표함으로써 사장될 위기에서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이후 국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오다 50년만에 귀천 탄생지인 건평항에 기념공원이 조성되면서 천 시인을 기리게 된 것이다.
이상복 군수는 “단순한 관광문화컨텐츠 차원을 넘어 강화해안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마음의 평안과 감동을 제공하기 위해 천상병 시인 기념공원을 조성하게 됐다”며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으며 순수성을 회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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